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요즘
아침마다 창밖으로 햇님은 곡예를 하듯 타워크레인을 빠져나온다.
영등포역에서 신도림역까지 그 많던 철강 업체들과 올망졸망하던
작은 집들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좁고 낮은 지붕에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을 걸으며 아늑한
향수에 젖는 깊은 마음속 여행은 불쑥불쑥 앞을 가로막는
나 홀로 빌딩 앞에서 길을 잃고만다.
우리동네,
1.4 후퇴때 피란내려와 정착하여 철길옆 자그마한 마을을 이루었다.
지지리 궁색하던 살림살이를 근면과 성실로 지켜냈더니 늙으막에
번듯한 빌딩을 소유한 부자가 되었어도 왠지 쓸쓸해보이더라.
평생의 고락을 함께한 게딱지 같은 집이 허물어지는것을 바라보는
허망한 눈빛은 허공을 헤매는듯 갈팡질팡할 때에
골목길 빌딩의 그늘로 밀려난 그들은 지난 세월을 되새김질하며
하릴 없는 시간을 축내기가 마냥 지루해 보인다.
낡고 비루해진 건물들,
먹성좋게 먹어치우는 중장비를 바라보며 고스란하던 그들의 삶을
갉아먹히는 심정이 아닐까~
지붕이 낮은 집일때나 높은 집일때나 옥상 텃밭을 열심히 가꾸시는 모습이
경건하리만치 진지하시던 건재상 할아버지,
할머니를 갑자기 먼저 보내시고 쓸쓸한 산책이 눈에 익을즈음 말기암을
진단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병명모른 채 가셨다.
그렇게 가꾸어지던 옥상 텃밭에 어느 날 부턴가 그 아들이 가물은 텃밭에
물을 주는 모습이 보인다.
올 봄에 뿌린 상추며 대파며 노란 꽃을 피워낸 호박덩굴과 잎이 세어진 두룹
나무는 너풀너풀 춤을 추는데 뿌린 사람과 거두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 변함이 없다.
닥광(단무지) 가공 공장의 시금 달달한 냄새가 가시고 나니
이동네에서 그래도 제일 좋았던 삼층짜리 빨간 벽돌집이 허름해
보이더니 사람따라 집도 늙어 스러지고 새집이 지어진다.
땡그랑 땡그랑 철 골조를 세우고 뚝딱 거리며 건물이 완성되어지더니
너덜너덜한 가림막이 벗겨지고 다시 땡그랑 땡그랑 철봉을 해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철봉 위를 걷는 사람들.
보는 내가 아슬아슬 하여 손이 오그라드는데 어느집안의 아들이며
남편이고 아버지일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
나의 이런 감정이 쓸데 없는 기우이기를 지부심과 떳떳함으로 행복하기를~
그들의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기를 ..........
앞마당 놀이터엔 아이들의 주체 못할 아우성과 몸짓들이
한바탕 소란스럽다.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는 마치 스피커를 통해 확장되어
지는 것처럼 높이 올라 갈 수록 더 크고 가깝게 들린다.
평소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리던 이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활기차고 씩씩한 활력으로 다가온다. 오늘!
창밖의 풍경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