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
어제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땐 밤새 꾼 꿈 때문인지
야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벌써 다 잊어버렸지만 기분이 참 야릇 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새벽 다섯시에 기상해서 아침밥을 짓고
남편은 출근하고 이어서 아들과 딸이 나가고 비몽사몽
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삐꺽 ~
하루종일 수통의 쓸데없는 스팸성 문자나 전화가 걸려
오는 지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오후가 되어 폰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반가운 문자 한통.
마음속에 묻어둔 오랜 친구가 보낸 문자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저녘준비를 막 끝내고나서 한숨돌리는데 일찍퇴근한 남편은
한손에 까만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들어옵니다.
그모습에 푸 ㅎㅎㅎ
아니 그건 뭣이라는겁니까?
선물.
엥? 무슨 선물이?
엿이라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아내지요.
체면도 없어요.
시도 때도 없어요.
엿이 보이면 그냥 못지나갑니다.
아무리 구박해도 엿 사달라고 조릅니다.
안 사주면 비상금이라도 꺼내서 삽니다.
엿장수 만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아마 엿장수가 예전처럼
매일 돌아다닌다면 집안 물건 남아나지 않았을겁니다.
다 엿 바꿔 먹어서~ㅎㅎ
남편은 엿 한조각도 안먹습니다.
내가 아무리 맛있다고 꼬셔도 안먹어요.
눈을 흘기며 구박을 해대던 남펀이 스스로 엿을 사온겁니다.
마음에 한획을 긋는 변화 아니겠어요?
또 한번 가슴 뭉클했습니다.
따끈하게 삶은 감자를 나눠먹고 나는 몸을 푸는
산책을 나갔습니다.
단지를 한바퀴 돌아서 자투리 공원을 돌며 운동기구를
이용해 근력운동을 하고 맨손체조로 피로를 풀어냅니다.
큰숨쉬기 운동까지 마무리를 하고 들어오는데 울타리에서
늘어진 장미꽃을 정리하시던 아저씨가 커다란 꽃다발같은
장미 한가지를 지나가는 저에게 주십니다. 멈칫하는 저에게
정리를 하다가 가지하나가 꺾어진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버리기 아까우니 가져가 이뿌게 꽂아 놓으라 하십니다.
아니 이게 또 웬 횡재래요?
우연히 지나다가 아저씨께 꽃을 선물 받다니요
꽃가지를 들고오며 일부러 꺾은게 아니라고 설명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기는 했지만 아뭏든
기분좋게 들고 와서 꽃병에 꽂았습니다.
정말 이쁘지 않나요?
우리집 현관이 환해졌습니다.
또 이렇게 꽃으로 향기로 마무리하는
기분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