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미 2012. 4. 27. 13:49

 

 

 

 

엄마~

 

이~ 누구여 큰 딸여?

 

ㅎㅎㅎ

잘 알아 맞추시네. 아침 드셨어?

 

그럼 먹었지.

요새는 해가 일찍 떠서 아침 여섯시만 돼도 환혀~

어제는 장 가르고 보리쌀 사다가 푹 삶아서 건져 뜨거운 보리물을

한김 식힌다음 솔솔부었다가 한 사나흘 있으면 식혜처럼 말갛게 삭어.

그러면 그 삭은 보리물에 고춧가루허고 메주가루를 섞어서 쪔장(쌈장)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좋아.

쪔장이 뭐여?  쌈장말씀하시는거여?  쌈싸먹을 때 먹는 거?

 

그려~ 쌈장

작년에도 한통 만들어서 근방에 집집마다 나누먹었어.

장 갈라 놓고 장독대 청소하고 마른 걸레질 싹 해놨더니 반질 반질 이쁘네.

 

아이고 우리엄마~

부지런도 하셔~ 뿌듯하시고 재미나시겠네?

 

이런 재미로 살어.

또 너 쑥 뜯어간 다음에  봄나물 뜯어서 한 상자씩 부쳐 줬더니

다들 엄마 덕분에 좋다고 맛있게 잘 먹는댜. ㅎㅎㅎ

이동네 젊은 사람들 나물이 지천이래두 바빠서 나물 뜯어다 먹을

시간이 없어서 이 맛난 봄나물을 못먹어.

그러면 내가 내 것만 뜯간~

미나리며 머위 쑥도 뜯고 냉이도 캐고 해서

이집 저집 한봉지씩 던져 넣어 주면 좋다고 난리들여.

그러면 또 그냥 먹기만 허간.

농사 지은 것들을 가져오니께 상부상조여.

그래서 토마토도 얻어먹고 수박도 얻어먹고 오이도 얻어먹고 그러지.

 

그려요 엄마,  엄마처럼 살아야는데 엄마가 부럽기도 해요.

 

니덜이야 니덜 방식대로 또 잘 살면되지.

촌이서 사는 노인네가 부럽기는 뭣이 부러워?ㅎㅎ

 

고추 모종을 심어서 이쁘게 자리를 잡았다는 둥 토란을 심었네

생강을 심었네 하시며 소소한 일상들을 얘기하신다.

칠남매 키워 다 내 보내시고 혼자서 사시는 엄마는 자식들에게

시시콜콜 얘기를 하시다가 하신 얘기를 또하시고 또 하신다.

처음하시는 것처럼~

처음 처럼 들어드리는 자식들은 또 처음처럼 돌려가며 얘기를 한다.

이제 어느새 자식들도 한 얘기를 또 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에게 사랑을 내리 받으며 행복하고 엄마는 아직도

자식들에게 사랑으로 내어 줄 수 있어 재미나고 신이 나신단다.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받는것보다 주는 것에 더 익숙하고 받을 때보다는 줄 때 더

행복한사람이 엄마일 것이다.

 

엄마 ~

시장에 죽순이 벌써 나왔던디?

 

나는 또 엄마의 행복을 빌미로 부탁을 한다.

새끼 새가 어미에게 먹이를 재촉하듯이 ~

 

여긴 아직 안나왔어

안그려도 죽순 나오면 따줄라고 발몸발몸 올라가봤더니 아직 가물치

콧구멍여~

머위도 이제서야 순이 돋기 시작여.

이쪽이 아마 음달져서 그런개벼?

 

그런가보네.

 

죽순 올라오면 내가 따서 부쳐 줄팅게 걱정말어.

나 이저 수영 가야혀.

수영다니고 부터는 팔다리 아픈것이 싹 가시고 감기가 안걸려서

병원 안다니니께 병원비 벌어 그렇지?ㅎㅎ

 

그려요? 참 좋은 일이네.  힘들지는 않으셔?

 

안 힘들어. 재밋기만 혀. 

츰(처음)이는 회비가 아까워서 매일 다녔는디 그러니께 힘이들어서

몸살나더랑게~ 그려서 이제는 하루걸러 한번씩 다니니께 딱 좋아.  

 

아이고 다행이네. 엄마 그럼 얼릉 수영다녀오셔요.

항상 찻길 조심하시고 끼니 꼭 챙겨 드시고

너무 힘들게 하지 마시고?

 

알어알어.

 

이렇게 혼자서도 열심히 그만큼 건강하게 잘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행복하고 건강하시면 자식들도 행복하답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한 엄마~엄마~엄마~~~~~~~~~~~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