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오랫만에 나들이

두레미 2012. 4. 2. 16:16

 

 

정말 오랫만에 강을 건넜다.

불안정한 기압의 봄날은 바람이 춤을 춘다.ㅎ

더군다나 도시의 빌딩사이로 부는 바람으로는 가늠하기가 더 어렵다.

밖의 넓은 천변이나 강가를 나가봐야 그나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일단은 행주대교쪽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남편은 앞장서서 페달을 밟으며 뒤를 한번 확인하고,

이인승 자전거마냥 우리는 바람을 안고서 나란히 나란히 달린다.

다리 밑이나 굽이진 곳을 지날때면 휘몰아치는 바람에 후~헉

봄바람을 먹는다.

자~알 타십니다.

행주대교를 건너서 행주산성을 지나 창릉천 대곡교밑으로 들어가

창릉천을 따라 방화대교 밑으로 내려가면 한강변에 이른다.

방화대교밑에는 바람막이 천막을 치고 간이 주막이 차려졌다.

왁자지껄 바람소리와 사람들의 얘기소리가 뒤범벅이되고 부는 바람에

자전거가 넘어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너울진다.

우리도 잠시 뻑뻑한 허벅지를 풀어주고 물 한모금과 한라봉 한개를

나누어먹고는 성산대교를 건넜다.

강을 거스르며 뒤에서 밀던 바람이 강을 건너려고 다리위에 올라서자

세찬 강바람은 서정없이 귓전을  후려친다.

다리의 아치 모형에 뚫어놓은 커다란 구멍을 지날 때마다 쓩~휘청 쓩~휘청

비틀비틀 다리를 건넜다.

오메 바람 쎈거~ 서로 마주보며

그 구멍 지날 때 쓩~ 쓩~흐흐흐~

각시 무릎은 괜찮아?

음 ~ 아직은 뭐 별 이상없는것 같은디?

이튿날도 남편은 가까운 거리를 나가잔다.

그런데~    무릎이 조금 무겁네.

어제 영화 검색을 해보니 좋은 영화가 있던데 우리 오늘은 영화 보러갈까?

그닥 영화에 취미가 없는? 아뭏든 떫떠름한 표정으로 따라나선 남편과

영화를 보았다.

 

언터처블.

불의의 페러글라이딩 사고로 목아래 전신 마비가된 백만장자 필립은

타인의 도움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을 산다.

까다롭고 힘든 필립의 간병인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게되고 새로운

간병인을 구하는 면접에서 무식하지만 거칠것없고 솔직한 백수 드리스에게

호감을 느낀 필립은 드리스에게 간병인이 되어줄것을 요구하지만 처음엔 거절한다.

그런 드리스에게 필립이 제안한다.

2주를 넘기면 드리스를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겠으니 내기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마땅히 할 일도 갈 곳도 없던 백수 드리스는 간병일을 시작하지만 경험이 없는

드리스 좌총우돌 실수를 하고 오히려 필립은 그런 계기로 장애인으로 환자로서

억눌렀던 감성과 욕구가 살아나고 장애인이라는 환자라는 관념을 깨는 계기가 된다.

한인간으로 대하는 드리스에게 호감을 느끼게되고 필립과 드리스는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없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영화속에 흐르는 음악도 좋고 무례한것같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드리스의 진심도

그런 드리스의 행동을 무례로 받아들이지않고 인간적인 진심으로 받아들여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필립,

너무나 감동적이지만 현실에선 선입견이라는 어려운 벽이 느껴진다.

 

언터쳐블 인도의 불가침천민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드리스의 언터처블과

필립과 드리스의 언터처블한 우정을 뜻하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모처럼 가슴 뻐근한 감동과 재미가 있는 영화를 보는데

영화관 앞좌석에 앉은 젊은 여자들 시끄럽게 떠든다고 자리를 옮겨 앉았다가

늦게 들어온 주인에게 밀리고 밀려 결국은 원위치해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는중 앞에 앉은 한 여자아이 스마트폰을 열고 무슨 검색을 그리 오래하는지

눈이 부셔 결국은 의자를 두드려 신호를 보내고서야 잠잠해졌다.

커다란 팝콘 통을 안고서 꾸기적꾸기적 팝콘 씹는 소리~

예의를 지키면 좋을텐데~ 아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