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억새야 억새야

두레미 2011. 10. 24. 15:28

 

 

억새야 억새야

 

 

어느 봄날

우둠지게 솟아올라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던 너

날선 푸른 잎파리는 하늘을 찌를듯 했지

한여름 무더위도 거센 비바람도 이겨내고 

무덥던 여름 더위는 너를 더욱 살찌우더니

어느날 볼록해진 너의 만삭

잔뜩 구부러진 모습으로 세상에나온 꽃대는

도도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하늘을 향했어

부는 바람에도 머리숙일 줄 모르고

반짝이며 찰랑대는 너의 모습은

우스우리만치 도도 했거든

그저 까딱까딱 뻣뻣하기만 한 너의 모습에

그러다 부러지겠다~

그렇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더구나

은빛을 찰랑이며 서서히 고개숙일줄알고

바람결따라 일렁이며 발람결에 장단을 맞추었지

그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비단결같은 너의 유희는 세상을 홀렸지

바람결따라 춤추며

바람결을 닮아갔고 그 바람을 품기 시작했어

바람을 조롱하며 반지르르 하던

너의 모습은 바람을 품으며 한결 풍성하고

부드러워졌지

세상의 풍파를 다 겪은 다음에야 진정으로 세상을

가슴에 품은 사람의 모습처럼~

가벼워진 너의 모습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금방이라도 하늘을 훨훨 날아오를것 같구나

미련도 없이 후회도 없이 그렇게

훨훨~

가을바람 안고 떠날 채비 하는 억새야 

                                                       가을이 가고 있구나                                           

 가을이 가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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