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축령산에서

두레미 2011. 6. 12. 23:30

 

 

 

꽃피는 춘 삼월

꽃비 내리는 춘 사월을 보내며

오월이오면 나들이 한번 가자 했었다.

오월이 되어도 틈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

녹음이 짙어지고

꽃의 색깔도 짙어지며

꽃잎도 커지는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지도를 펴놓고 여기저기 눈으로

먼저 더듬어본다.

유월이 되면서 장마 소식이 전해지는데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날짜를 잡았다.

축령산으로 가자.

가서 산림욕이나 하고 오자.

 

너무나 많이 알려져버린 축령산 편백 숲은

이제는 한적하고 쾌적한 장소가 아니었다.

임도는 시멘트로 포장되어지고 너무 넓어져서

햇빛을 가릴 수도 없고 편백 숲을 느끼기도 부족하고

차량이 통행을 하고 있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임도따라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생각했었는데

생각을 접고 문수사 쪽으로 오르다가 축령산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여름 축령산은 상쾌했다.

임도를 타고 이어지는 산책로와 비할 바 아니었다.

지난 겨울 한파의 영향인지 산죽이 무성할 줄 알았는데

누렇게 비들비들하니 겨우 생명을 부지하는 듯 했다.

사람들의 발길을 많이 타지 않은 탓에 좁지만 한적하고

쾌적한 산행길이 되었다.

임종국님이 조림을 했다는 조림지는 이렇게 철조망으로

가림막을 해놓아 등산로에서는 들어갈 수 없게 해놓았지만

바람까지 막을 수는 없었을거다.

편백 숲을 애써 찾아 들지 않았어도 산림욕은 실컷 하고왔다.

 

 

 

 

 

능선타고 이어지는 오솔길따라 주거니 받거니

얘기꽃을 피우며 걸었다.

등산로 초입에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한창

무르익어가고 보리수도 불긋불긋 색을 내기

시작했고 산딸기며 뱀딸기 멍가(청미래)도

영글기 시작을 했다.

오디로 입술 연지를 찍고 산딸기의 신맛에

저절로 눈을 감으며 유월의 숲길을 만끽했다.

처음 임도 따라 걷기를 포기하며 등산로로

오를 때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등산로를 접어들어

오솔길을 걸으니 더 잘되었다는 생각에 감사함

마저 들었다.

 

 

추암 마을의 아담하고 예쁜 집앞에 이렇게 치렁치렁 잎이 늘어진

향나무가 있어 신기해서 찍었는데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올라가보고 싶어진다.ㅎ

 

 

금곡 마을에서 시작해서 추암 마을로 내려서 목이 말라

맥주 한 캔이 간절 했는데 오잉~ 캔맥주 파는 곳이 없다.

음식점에서 파는 병 맥주 밖에 없단다.

무슨 전통차를 만들어 페트병에 담아 파는 냉차들이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다.

할 수없이 게토레이로 목을 축여야 했다.

그 덕에 장성에 도착하여 그 한을 풀기라도 하는듯이

거하게 저녘을 먹었다.

알싸한 기분으로 장성역 마당의 벤취에 앉아 초저녘

시원한 바람에 하루동안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피로를 확~풀어 버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