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날마다 여행중

두레미 2010. 10. 19. 10:28

 

 

 

 

쌔근 쌔근 잘 주무시다가도 인기척만 나면

끄으~응~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내시고

벌떡 일어나시다가도 어느때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용을 쓰시다가 손끝만 닿으면 스르르 일어나신다.

또렷한 기억으로 어디에 무엇이 있으니 어찌 어찌 해라

원격 조종하시듯이 다 하시다가도 어느 때는 이게 아침

이냐 저녘이냐 약은 먹었느냐 약 먹으라고 꼭 일러줘라

얼씬만 하면 아그그그그그~~~  아그그그그그~~~~~~

 

자그마한 체구에 강단 좋으시고 바지런 하셔서 잠시도

가만 있지 않으시고 움직이시며 몸을 잘도 돌보시더니

몸져 누우셔서 며늘 손을 빌리자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너무 오래 산다고 마주 앉기만 하면 빨리 갈 데로 가야는데

자는듯이 가야는데 맘대로 할 수도 없고 걱정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막상 몸져 누우시니 가시겠다는 말씀은

다 잊으시고 오로지 더 버텨보시겠다는 일념 뿐인것 같다.

시도때도 없이 약을 찾으시고 열심히 드시고 의료기를 끌어안고

의지를 하신다.   

문병을 오면

 

"내가 대체 왜 이런지 몰라.

천치 다 됐어.  오래 살았어. 죽을 때도 되긴 됏어. 그렇지??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  요즘 세상이 이렇게 좋은데 요즘은요

100살 120살까지 사는 세상인데요.  밥 잘 잡수시고 약 잘 드시면

건강하게 일어나실거예요."

 

"아니 그런디 당쵀 힘이없어. 힘이 없어서 일어날 수가 없다니께.

일어나려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어지러워서 못일어나니 이게

큰일 아녀?"

 

"큰일은요. 맘을 편안하게 잡수시고 잘 요양하시면 금방 나으실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리운 추억들 날마다 새로운 아름다운 세상과 이별

하기가 그리 쉬울까.  아주 이별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눈빛과 표정에서 아릿함이 느껴진다.

몸의 고통보다도 그 마음의 고통과 싸우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차 멀미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하시면 힘들어 하시던 어머니 부디 먼

여행길에는 멀미 없이 즐거운 여행길이 되셨으면 좋겠다.

날마다 날마다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편안해 지셔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떨쳐 버리고 달큼하고 따듯한 빛깔고운 단풍처럼 되시기를 간절히 빌며

 

날마다 난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