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목화 다래

두레미 2010. 8. 30. 09:40

 

 

 

아침 저녘으론 선선한 기운이 감돌지만 아직도 한낮은 후텁지근하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소나기를 뿌려대는 구름들은 꼭 동네 고삿을 누비며

몰려다니다가 소란을 피워대는 건달들 같다.

시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하늘은 푸르러 지겠지.

맑고 높고 깊어지겠지?

동네 건달 같던 구름이 따끔한 햇살의 훈계에 철이들면 

속으로 속으로 알알이 영글어 자신의 무게를 느끼며 겸손을 배우는 계절.

하늘은 높고 마음이 살찌는 계절이었으면~

 

 

 

 

건달 구름이 오락가락 하는 날 남편은 집에만 있기

갑갑 하다며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이런 날은 십중 팔구 소나기 만날 확률이 높은데~

한 여름에 소나기 무서워서 못나가는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것과 같다나?

아뭏든 자전거를 타고 나간지 몇 시간이 지나 저녘무렵

들어온 남편은 싱글 벙글 의기 양양하게 들어온다.

아이구~ 무엇이 그리 맨날 좋으십니까?

나 오늘 자기한테 줄 선물 가져 왔지롱~

푸하하하........

선물은 무슨 선물?  이 무더위에

소나기 안 만났다구?

아니 자기가 아주아주 좋아하는거.

그게 뭔데?

짠~!

주머니 속에서 목화다래 한주먹을 내놓는다.

이런 이런~  

으이구 서방님  

안양천 뚝방에 조경으로  길게 심어져 쑥쑥 자라는 목화를

볼때마다 우리는 목화다래에 얽힌 추억담을 서로 질세라

약간 과장을 해서 이야기 하곤 했었다.

간식거리 귀하던 어린시절 덜 여문 목화다래는 검칠맛 나는 간식거리였다.

목화다래 뿐인가. 

밭두렁이나 언덕배기 산비알에 덩굴진 박주가리 열매도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부드러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에 먹어도 먹어도 맛있던 목화다래가

지금은 별 맛이 없는것은 목화다래 맛이 변한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에구구

서방님 그렇다고 목화다래를 이렇게 따오면 어떻혀요.

목화다래는 그때나 지금이나 따면 안되는 것인디?

말은 그렇게 해놓고선 목화다래를 

눈 깜짝 할 새 다 까 먹어버렸다.

 

며칠 뒤 안양천을 나가보니 목화밭엔 이런 팻말이 세워졌다.

 

[ 절대 목화다래를 따지 마세요.

맹독성 농약을 뿌렸습니다.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