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여름 무등산을 넘다.
두레미
2010. 8. 14. 10:50
연일 무더운 날씨에 비지땀을 쏟으며
삼시 세끼 상을 차리기 위해
가마솥을 끼고 사는사람도 돈을 버는 사람도
그 밥을 얻어 먹는 사람도 힘이드는 여름이다.
여름에 지쳐갈 즈음
기차표를 예매해 놓았단다,
한여름 고생한 마눌에게 무등을 태워주겠다고.ㅎ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태풍 뎬무가 남해에 상륙을 한단다.
태풍이 상륙하면?
차표를 물려 말어~?
무등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차표를 하루 연기하고 다음 날 무등산으로 출발했다.
원효사 입구에서 서석대까지 이어지는 무등산 옛길로 접어들었다.
오감을 활짝 열고 무아지경에 빠져 들었다.
전날 내린 비로 무등산 게곡은 청량한 물소리로 가득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젖어 걷다보니 온 몸은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염수는 골을 타고 계곡을 이루니 무등 계곡을 분간키 어렵다.ㅎ
내가 무등을 타는건지 무등이 나를 타는건지~
내가 여름을 타는건지 여름이 나를 타는건지~
서석대를 지나 입석대를 내려서니 넓은 능선에 억새가 푸르다.
장불재 능선에서 증심사 입구까지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차 시간이 넉넉하다.
태풍덕분에 무안 낙지는 물건너 갔지만
하루 숙박비를 절감하게 되었다.
유동의 오리고기요리 거리에서 저녘을 먹고~
무등산을 미끄러지듯 넘고 나니 여름의 끝자락이다.
새볔 바람이 달라졌다.
바람이 달라지니 새볔하늘도 달라지고
두텁기만 하던 구름에 가을 바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