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덫
오늘 몇년만에 백화점 나들이를 했다.
평소 하지 않던 화장을 하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약간의 흥분감과 두려움으로 집을 나섰다.
일요일 오후의 백화점 매장은 층층이 사람들로 붐빈다.
거리의 쌀쌀함이 무색하게 후텁지근한 백화점안은 겨울옷이 거추장스럽다.
경제가 어떻다고 해도 밀려가고 밀려오는 인파는 경제 사정과는 상관 없는것 같다.
괜찮다 싶은 겨울코트 가격이 이백만원에 가깝고 그리 탐탁치 않은 반코트가 몇 십만원이다.
옷의 유행이란 참 알량해서 한참 유행할땐 멋지고 근사하게 보이지만
유행이 지나고 나면 왠지 어색하고 거리에서도 자취를 감춘다.
이제는 내마음의 사이즈와 내몸의 사이즈가 한참을 빗나가
고를 수 있는 옷도 별로 없지만 맘에 드는 옷도 없다며 오르락 내리락
맘에 드는 옷이 없으면 그냥 가잔다.
그래도 오랫만에 나왔으니 구경이나 더 하고 가자
쇼핑도 자주 해야 안목도 생기고 맞춰 입을 수 있는 요령도 생기는건데
구경좀 더 하고 가자 했더니
팔짱을 낀채로 마뜩찮게 한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시선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 갑시다.
돌아오는길에 한마디 했다.
오랫만에 화장하고 차려 입고 나왔는데 좀더 구경하고 가면 어디 덧나?
그말을 괜히 했다.
그냥 다음에 기분좋게 다시 나오면 되었을것을 나는 내 스스로 덫을 씌우고 말았다.
둘이서 말없이 돌아오는길이 왜 그렇게 허전하고 쓸쓸하던지~
집에 돌아와 박박 문질러 세수를했지만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을씻어내지 못하고
저녘내내 이튿날까지 아쉬운 마음을 떨구지 못한채 안양천으로 두주먹 불끈쥐고 내 달렸다.
혼자 걸으며 서운한 마음을 씹고 또 씹으며 아주아주 소박한 마눌 맘도 몰라주는 멍텅구리
나두 모른체 할거다. 다짐하며 걷는데 저 앞에 낮익은 모습이 자전거를 타고 온다.
아는체 하지 말아야지.
근데 이녘 자전거를 멈추고는 한참을 갸웃이 바라본다.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어금니에 힘을 주는데
야~ 두레미~ 모른체하면 내가 모를 줄 알고~
날씨도 추운데 왜 빵모자도 안쓰고 그냥 나왔어? 순간
푸하하~
남이야 무슨상관이셔.
하는대로 하고 있어 나 한강까지만 갔다 올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