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가을 산책

두레미 2009. 11. 10. 00:19

 

 해 그림자의 키가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키를 키워가며 더 깊숙히 들었다가

나가지요.

긴 해 그림자가 따스하게 느껴질 때면 태양도

기울고 한해도 기울어갑니다.

아련하게 길어진 노인의 시선같은 긴 해그림자는

그리움입니다.

치열했던 지난 여름이 그래도 생에 절정이었음을

추억하는것 같은 아련함입니다.

 

 마른가지에 녹색 구름처럼 피어났던 나뭇잎들은

푸르던 열정을 다하고 이제는 붉게 더 붉게 태양빛을

머금어갑니다.

 

 강변의 생태 공원 탐방로 옆으로 별꽃 무리가

비스듬한 햇살에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까치발을 한 새 색시처럼.

 

 벌써 겨울 철새들이 날아온 한강은 왁자지껄 합니다.

꽥꽥거리고 푸드덕 거리며 물장구 치는 소리에 생동감이

넘칩니다.

 

 철새 탐방소 가는길은 야생동물들과 철새들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예쁜 갈대 발로

가리막을 해 놓았습니다.

 

 큰 씀바귀 꽃은 꽃대가 꺾이었어도 종족 번식의 본능으로

서둘러 씨앗 날려 보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야생의 본능은 씨앗의 70%만 영글어도 발아를 할 수가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 끈질긴 생명력이 자연이고 아름다움인가 봅니다.

 

 베어내도 베어내도 다시 돋아나는 풀들

그 짧은 시간에도 꽃대를 올리고 씨앗을

영글리는 자연속에서 우리는 위안도 받고

힘을 얻고 행운도 찾아 냅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환희하고

저무는 태양을 보며 아쉬워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울 수록 그 존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궂은 날이거나 다 기울어가서야 그 존재를

제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 해를 닮은 단풍잎새들과

해를 닮은 붉은 사과가 향긋하게

가을은 향기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