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팔당대교 가기
형수 우리 언제 갈까?
3일날 오후쯤 오시지.
엥. 형수 3일이 추석 당일인디.
뭣이라 3일이 추석이라고라고라요?
오메나 나는 추석이 일요일인줄로 착각을 했었넹.
어제 장 봐다가 정리만 해놓고 오늘 형이랑 자전거를 탔어요.
오늘 자전거를 타면 안되는거였는디 클랐네.
낼 오후에 와요.
이런이런 올 추석엔 추석 당일에 음식을 장만할 뻔 했습니다.
1일부터 연휴가 시작된 남편은 오늘이 광진교 북단에서 구리시
토평리까지 개통되는 날이라고 자전거로 개통기념을 하자고 했습니다.
명절이 코앞이지만 남편은 항상 간단하게, 사서 고생하지 말라고 하지요.
하지만 조금 힘이 들어도 마음이 편안하면 고생이 행복으로 승화되어지는걸요.
밑반찬도 해놨고 토란도 까서 삶아놨고 나물거리도 준비해 손질해 놨으니
남편의 말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개통 첫날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추석이 내일인지 모래인지
헷갈리며 자전거길에 올랐습니다.
안양천을 타고 내려와서 한강을 거슬러 여의도를 지나고
반포 압구정을 지나 잠실철교를 건너서 한강을 거스릅니다.
광진교 북단을 조금 지나면 경기도 구리시지만 남쪽은 서울시이지요.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공사가 작년 부터 시작되었는데 올해 10월 1일에
개통이 되었습니다.
광진교 북단을 올때마다 도대체 언제 개통되는거얌.
만만디 공사진행을 불평하던 남편은 지난번 왔을때 10월1일 개통이라는
공지를 기억 했다가 10월1일이되니 개통식을 하자고 했지요.
맨날 뉴스에서만 보던 구리시 한강 둔치의 코스모스와 원두막풍경을 자전거로 가서
볼 수 있기를 기다렸던 터라 일거리를 잔뜩 놔두고 선뜻 길을 나섰습니다.
가로수에 청사초롱을 달고 꼬마 열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구요.
예쁘게 가꾸어진 꽃정원과 코스모스가 화창한 가을 햇살에 더욱 눈이 부십니다.
한가하게 한바퀴 돌아보고 싶었지만 언제나 앞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생각만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강동대교를 지나 왕숙천을 건너고
새로 생긴 미사대교도 지나고 드디어 팔당대교
진입로까지 와서야 멈추었습니다.
직진하면 팔당역이 금방 나오고 우회를 하면
팔당대교건너 하남시가 나오겠지요?
세시간 반을 달려서 왔으니 허기진 속에 시장기가
동하고 보리밥집 간판에 시선이 딱 꽂혔습니다.
순두부 정식으로 허기진 속을 달래니 몸도 마음도
두둥실 한가위 보름달 부럽지 않았습니다.
낯설지 않은 깔끔하고 소박한 밥상에 음식을 기다리며
잠시 사색에 잠길 수 있을 작은 시집이 준비되어 있었구요.
강변으로 조성되어진 갖가지 야생화와 코스모스꽃이
정취를 더해줍니다.
팔당대교에서 되돌아오는길
덕소에서 수석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입니다.
풍속마을 입구에는 아름드리 정자가 서있고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있는데 고갯길을 오르기전 사진을 찍는 마눌이 못마땅해 뒤돌아보며
그렇게 사진 찍다가는 해 떨어져도 집에 못들어가겠다고 그만 찍고
빨리 오라며 성화를 댑니다.
수석동 고개를 넘어오면 남양주 음식문화의 거리에
강변을 따라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움식문화의 거리로 초대 할까요?
강동대교 밑으로 왕숙천이 흐르고 천을 따라 또 길이 이어지지요.
해떨어진다고 성화를 대던 남편은 왕숙천을 잠시 들렸다 가자구요.
5킬로 정도 들어가니 천 건너편이 퇴계원,
왕숙천은 한강 입구보다 상류로 올라갈 수록 천도 넓고 수량도 많고
물고기도 많아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퇴계원 뒤쪽으로 불암산이 보이네요.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구리시 한강 둔치의
코스모스꽃밭은 어두워졌습니다.
저전거길 개통식을 즐기는 자전거 부대들이 여기저기
쉼표를 찍고 연휴첫날을 즐기는 가족들과 연인들은
꼬마 열차를 타며 환호성을 터트립니다.
기쁨은 에드벌룬보다 더높이 흩어지고 풍경은
눈부신 저녘햇살에 아름다운 실루엣이 됩니다.
아침 아홉시 십오분에 출발해서 저녘
여섯시가 넘어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동쪽을 보고가서 오후에 서쪽을
보고 돌아오니 아침저녘으로 햇빛을 받으며
맞바람과 싸우며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사서 고생을 하지요.
아침에 반포대교를 지나서 남편이 묻습니다.
저 앞에 다리가 무슨 다리인지 알어?
영동대교던가?
아이구 이 천치같은 각시야~ 한남대교~
응 그렇네. 다음이 영동대교인가?
청담대교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