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찐빵 부자

두레미 2009. 9. 15. 11:57

 

 

지난주 저녘밥 하느라 한창 분주한데 전화가 옵니다.

집 전화는 대부분 내가 받지만 바쁘니 남편이 전화를 받습니다.

아들 전화였지요.

서로 안부를 묻고 이어지는 대화

"아빠 요즘도 찐빵 드세요?"

"야 요새 무슨 찐빵이냐. 이제 조금 있으면 찐빵 나오겠네.  왜?

찐빵이 먹고싶어?"

"아뇨 그게 아니라 요즘도 찐빵을 드시나 해서요.

혹시 곰취 찐빵은 어떠신가요?"

"찐빵은 겨울에 날씨가 추워야 나오지 요즘 찐빵이 어딨어. 

너 휴가 나올때쯤이면 찐빵 나오겠다. 그때 사다 놓을테니까

그때 먹어라. 새코빠지게 무슨 찐빵이냐.  찐빵같은 소리 하지말고

건강 조심하고 항상 안전 조심 복무 잘 하고 남은 시간 잘 보내.

뭐 더 할말 없니? 엄마는 지금 저녘 준비하느라 바쁜데 특별히

할말 없지? 그럼 잘 지내고 그만 끊어라."

전화를 끊고두 궁시렁 거립니다.

'짜식이 말야 무슨 찐빵이 먹고 싶다고 전화를 해.'

부자간에 서로 자기 할 말만 햇습니다.

설명이 굼뜬 아들과 눈치가 코치인 아빠.

 

아이 아빠는 찐빵을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평소 겨울이 가기전에 찐빵을 잔뜩 사다가 냉동실에

저장해 두고 여름까지 찐빵을 먹는 찐빵맨입니다.

아들은 한참 그런 아빠를 생각해서 양구 특산물인

찐빵을 아빠에게 선물할생각을 했던 모양인데 눈치 없는

아빠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니 아들은 보나마나 예. 아빠!

였을거구요.

 

나중에야 아들의 의중을 알아챘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다음에 전화오면 곰취 찐빵 보내라구 해."

혹시 전화가 다시 올까 기다려도 전화가 안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곰취 찐빵이 도착 했습니다.

말랑 말랑 한게 그냥 한입 먹어도 될것 같습니다.

곰취 같은 아들놈과 벽창호같은 아빠의 마음이 엇갈리긴 했지만

일방 통행은 아니었나봅니다.

오늘 저녘엔 말랑하고 향긋한 곰취 찐빵 파티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