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미 2009. 7. 23. 12:51

 

 

 

 올 장마 비는 다른 해에 비해 유난하게 내립니다.

집앞 도림천의 물이 넘실넘실 넘실대며 신도림 역사밑을

흐릅니다.

어릴적 여름이면 장맛비에 금강물이 넘실대면 강가에 나가

물구경 하던 기억이 납니다.

퍼붓던 빗줄기 그치고 하늘이 벗개이면 두레미 나루터에 나가

소용돌이 치며 넘실대던 강물을 구경하며 가슴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비가오고 천변에 누런 흙탕물이 넘실대면 창문너머로 바라보던

마음은 물가로 달려나가지요.

힘찬 물살에 소용돌이치는 물결에 마음졸이던 그 느낌과 나룻배로

강을 건너던 그 아슬함이 그리워집니다.

 

 

비그친 오후 하늘빛은 말갛습니다.

꼭 어려운일로 근심에 차있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같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찬란한 저녘 햇살은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는 서포트 라이트처럼

삭막하기만하던 세상을 푸근하고 아름답게 빛나게 합니다.

세상에 지치고 힘든 자식들이 집으로 돌아오는날이면 아버지

눈은 생기가 돌고 얼굴엔 화색이 돌았습니다.

몸져 누운채 두리번 거리시며 안보이는 자식의 안부를

꼼꼼히 챙기시던 아버지.

오후의 마지막 햇살은 그렇게 아쉬움과 그리움입니다.

 

 

 

 

 

 

                                  

 

 

                                   무심하게 지나치던 빈 의자에 어느날 문득

                                  그리움으로 쓸쓸해집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을 오지못할 사람들이 떠오

                                  르면 마음은 더 쓸쓸해집니다.

                                  기억의 저편엔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데 그 길의

                                  끝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여름이면 부엌 천장에 매달아놓은 밥태에는

보리쌀 삶아서 퍼놓은 보리밥 바구니가

시원한 맛 바람에 대롱대롱 매달려 그네를 탓습니다.

따듯한 보리밥이 식으며 내는 구수한 보리밥 냄새.

한낮의 땡볕에 삼베 등걸이가 흠뻑젖어 들어오신

아버지의 등에서 나는 땀냄새같은 구수한 보리밥 냄새.

아버지는 한나절 식어 탱글탱글해진 보리밥을 금방

받아온 펌프 샘물 한사발에 숭덩숭덩 말아 풋고추

댓개를 고추장에 찍어 탱글탱글 아작아작 맛나게도

드셨습니다.

내기억속엔 아직도 그 아버지의 점심 밥상이 생생합니다.

나이가 들 수록 그립습니다.

아버지 등뒤에서 맡았던 향긋한 땀냄새

그 풋고추 씹는소리가 그립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그라운 날

보리밥을 해놓고 아버지 흉내를 내 봅니다.

보리밥 한사발과 냉수 한컵 그리고 풋고추를

차려놓고 아버지처럼 보리밥에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점심을 먹습니다.

눈물나게 그리운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