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아들 면회 (해안 분지를 다녀오다)

두레미 2009. 7. 2. 00:45

 

 두번째면회

이제는 설레임보다는 아들을 핑게삼아 여행을 즐기는 기분으로

다녀 왔다.

아들과의 만남도 애틋함보다는 대견하고 든든함으로 몸과 마음이

성숙되어가는  아들과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느낀다.

청정지역 양구

국토의 정중앙 양구

한번 오면 십년이 젊어진다는 양구.

양구라는 지명이 내 마음속에 분신처럼 자리 잡았다.

 

 

 

 

 두 번째 면회를 계획하면서 이번에는 어떻게 추억을 만들까

양구의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인 탐구를했다.

양구에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분지가 있다.

6.25 전쟁당시 종군 기자에 의해 지어진 펀치볼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해안 분지가 양구에 있다.

해안 분지라고 하면 바다 해자를 생각하게 하는데 바다해가

아닌 돼지 해에 편안할 안자를 쓴다고 한다.

분지안에 물이차서 뱀이 우글거려 사람이 살 수가 없을 때

돼지를 풀어 놓아 돼지가 뱀을 모두 잡아먹었다 해서 해안

분지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분지안의 바닥이 해발 고도 500m정도 되는 높은 분지이다.

가로세로 20킬로가 조금 모자라는 화채볼과 같은 분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분지안의 흙은 마사토로 이루어져 곱고 부드러워 고냉지 밭농사에

제격인것 같다.

배추와 무 감자 인삼과 갖가지 산채 나물들을 재배하고 있다.

 

 

 

 

 아~

제비를 본지가 얼마만인가.

해안 분지 안에는 제비가 참 많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여기저기 상가 건물 추녀에는

제비집이 서너개씩 붙어있다.

제비가 산다는것은 그만큼 먹이가 많다는것이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있는 살아있는 자연이라는 증거이다.

 

 해안면 복지관 뒤쪽으로 조그만 산의 산책로

3~40분이면 돌아볼 수있다.

민박으로 1박을 하고 아침나절에 돌아보았다.

 

 아빠는 저기 보이는 저 능선이 아빠가 군생활을 한 곳이라며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첫 정기 휴가때 부모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상병가불

외박을 부모님과 함께 하고 싶다고 여행삼아 면회를 오시면

어떠시냐고 아빠는 은근히 신이 난 눈치다.

아들역시 살뜰하게 아빠의 비위를 맞춰준다.

산과들을 걸어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아빠는 어느새 꽁무니를 감추고

이것저것 쳐다보기를 좋아하는 엄마를 불평하지않고 꼭 앞세우며 다닌다.

"엄마 아빠는 벌써 안보이세요."

 

                                    

 

 

 

 산속 구비구비마다 부대가 있는 곳

전적지의 추모비와 기념비들이 많은 곳

분단으로인한 군사요충지로서 상처투성이인 곳

우리나라의 젊은이들과 산야는 그렇게 앓지 않아도 될 몸살을 앓고있다.

 

 

 

 청정지역 양구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지금은 한창 공사 중이다.

해안면도 예외가 아니어서 민박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공사장 인부들의 숙소로 채워져서 외진 팬션말고는 민박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어 들어가던 해안면도 이제는 터널이 완성되어 칠월부터는

터널로 드나들수 있으니 시간이 많이 단축되겠지만 산길을 아슬히 넘나드는 낭만은

없어지겠다고 하니 현지 주민들께서는 무슨 말이냐고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신다.

양구시내에 한번 나가려면 특히 겨울같은 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아느냐며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라고 하기사 현실과 이상의 차이다. 

 

 

 

 

 

 산들 바람에 팔랑거리는 자작나무 숲과 지천으로 핀 야생화들과

소리도 다양한 산새들의 노래소리가 산책을 즐겁게한다.

해안면의 가로수는 살구나무가 대부분이고 골목마다 집집마다

복숭아와 살구나무, 밤나무가 참 많다.

산책로 주변엔 지천인 개암나무와 산딸기 나무들 여름꽃인 나리가  한창이다.

 

 

 

 

 

 

 산책로 한가운데 처절하게 쓰러져 꽃을 피운 나리가

이 산야 어느곳에선가 이름도 없이 스러진 영혼을 보는듯해서

가슴이 찡했다.

 

 

 

 해안면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아저씨

"해안면은 어떤곳이냐면

쉽게 말해서 쓰고 다니는 삿갓을 뒤집어놓은것과 똑같이 생겼다고 보면 돼요."

버스로 산길을 오르며 햐~ 또다시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빠에게

"아빠 이번 면회 괜찬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