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내 생애 봄날은 간다.
두레미
2009. 3. 21. 11:51
매일 열고 닫는 냉장고 뚜껑의 선반이
어느날 그득하게 느껴진다.
휴~우~
뭐가 이리 많이 들어 앉아있어.
이제는 손길 닿은지 오래
그래도 선뜻 비워내지 못하고
어쩌다 한번씩 마주치는 눈길에
그래 언제 한번 쓰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눈길로만 마음으로만 조우하던 날들이
어언 2년이나 넘겨진 것도 있다.
오늘은 이 소스를 쓸까
오늘은 어떤 맛을 내볼까
집안에 퍼진 소스의 향기에 따라
접시와 포크와 나이프와 스푼을 세팅하고
식탁에 앉아 복사꽃보다도 환하게 피던
웃음꽃은 이제 볼 수 없다.
그래 이제는 정리를 해야지.
복사꽃피는 봄이 오고 있지만
내 생애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