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홀로 세우기 연습

두레미 2008. 7. 14. 08:50

아침일찍 나갔다가 오후에 들어와 단잠에 빠져있는 아들을 아빠가 깨운다.

"완이 너 잠 그만 자고 얼른 일어나서 뒤 창고에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와라."

졸린 눈을 비벼대며 비틀거리는 아들이 부엌 창고를향해 걸어간다.

"야야 정신차려 그렇게 비틀대면서 어딜가니 이따가 저녘밥먹고 해라.'

"내비둬 나가서 바람도쐴겸 분리수거하고 오면 잠도깨고 그래야 입맛도나서

저녘밥이 맛있지."

"그려 그러면 완이 네가 알아서 해라 지금나가던 이따가 나가던."

부시시 한참을 서있던 아들은 정신을 가다듬는듯 "이따가 저녘먹고 할께요."

"그래라 우리 완이 군에 가고나면 일요일마다 재활용 분리할때마다 생각나겠네."

"내가 버리면 되지뭐." 아이 아빠는 걱정을 말란다.

"물론 그걱정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요일만되면 뒤안에 분리해놓은

재황용품들을 버려주던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질것이 걱정이지. 일요일마다 우리

완이가 더 보고싶어지겠네. 어쩐댜 큼큼." 그만 목 울대가 뻐근하게 쥐가나고있다. 

아이가 일곱살 유치원에 다닐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할머니께서 혼자주무시면

심심하시다며 제 베개를 안고 할머니방으로 거너가 잠을 자기사작하였었다.

참 그것이 핏줄인가 그때 베개를 안고 할머니방으로 들어가던 어린 아들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족이 가까운 나들이라도 가면 할머니를 챙기는 사람은 아들 몫이다.

할머니의 장점과단점을 다 알고있지만 딸과는 달리 내색하지않는다.

그냥 연세가 많고 어른이시니까 돌봐드려야 한다는것이다.

내가 딸아이와 할머니 흉이라도 볼라치면 자기도 이해가 안되는데 늙으셔서 그럴거란다.

엄마인 내가 할 말이 없다.

그아이 속은 얼마나 깊은걸까.

짐작이 안간다.

자신의 마음을 좀체로 내식하지않고 조용히 책읽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면서

애니와 판타지에 빠지고 학업을 등한시하면서 시작된 부자간의 갈등은 대학을 들어가면서

일단락 되었지만 아직도 불씨는 남아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수를 하는동안의 힘겨운 줄다리기에 참으로 많은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 힘겨운 고비를 잘 넘겨준 아들이 고맙고 대견하면서도 그 시간동안의 기억은 아픔이다.

지나고나니 그아이에게는 그것이 사춘기였었나보다.

그 어려운시기에 삐뚤지 않고 이제는 키도 마음도 훌쩍 자란 아들이 군에 가면 내가 아들을

품에서 내놓는 호된 연습을 해야하지않을까.

하루이틀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애틋해진다.

겉으로는 남들 다가는데 갔다와야지. 가서 체력 단련 하고와야지. 하면서도 속마음은 나도

모르게 아릿하고 애틋해진다.

순해터지고 요령이라고는 모르는녀석이  잘 견디어낼까 혹시 다치지나 않을까 편식이 심한데

밥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반면 아이아빠는 가면 다해. 혼자하는것아니니까 걱정말란다.

평소 투박한 내말투로 속마음을 감추고 큰소리 뻥뻥 치치만 속으론 사실 걱정이다.

침착하리라 했었는데 나도 역시 여늬 엄마와 다를것이 없다. 

밥을먹으며 잠자리에 들며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을 하고 또 해본다.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자

든든하고 따듯한 마음의 버티목이되자

아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되자.

다짐하고 또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