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잃은 그녀
어제
오전 흐리고 기압이 낮은 날씨 탓인지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을때 인터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001호지요. 저 ㅇㅇ이 엄마예요."
"어쩐일이예요."
"다름이 아니라 ....."
상중인 이웃의 조문을 같이 갈 수있는지 묻는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되었으니 다녀와야지.
그녀와 동행 하게되었다.
지금살고 있는 아파트로 처음 같이 이사와 살고있는
입주 세대들이다.
십여년을 한지붕 아래서 살았으니 그닥 친하지는
않더라도 이물없는 이웃이고 낯선곳에서 눈에 띄는
이웃들이다.
장례식장은 분당에있는 서울대병원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가도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거리를
처음으로 그녀와 둘이서 이렇게 단둘이 함께 했다.
그녀는 일년전쯤 날개를 잃었다.
처음 그녀를 알때 그녀는 따지기 좋아하고 깐깐하고
콧대 센 여자쯤으로만 알았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날 작고 가녀린 한 여인으로 보였다.
날개를 잃은 그녀.
한살 연하의 남편과 세 아이의 엄마로 너무나 평범했던,
훤칠한 키에 맑은 얼굴을 가진 그녀의 남편 악의라고는
없는 선한 모습으로 주민잔치에서 '흙에 살리라'를 열창
하고 아이들에게도 문자를 주고받는 자상한 아빠였던
그녀의 남편은 어느날 사랑하던 가족들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 버렸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고나니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못다한 말들이 이렇게 많은데 너무 야속하네요."
그말에 온몸으로 소름이 돋았었다.
그동안 힘든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웃음을 찾은 그녀가
농담으로 아픔을 달랜다.
"얼마전에요. 이 역을 지나는데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가데요. 손을 잡힌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께 끌려가듯
따라가시면서 '이 역은 왜이렇게 복잡허대요.'
'응 원래 이 역이 복잡헌 역이여. 그러니께 잘 따라와.'
하시면서 가는 모습을 보며 나두 저렇게 늙어서 손잡고
다니는게꿈이었는데 우리 감탱이 뭣이 급하다구 먼저
가벼렸대요 으이구 참. 내가 여자에서 아웃 되었다고
할머니랑 산다고 구박하더니 자기가 먼저 가버렸어요"
"그러게 말여."
원망섞인 그녀의 쓸쓸한 마음이 파도처럼 내 마음에
일렁인다.
이제 마음을 추스리고 생활전선을 기웃거리는 그녀가
깔끔하게 차려진 반찬 가게 앞에 발길을 멈추고 관심을
보인다. 같이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고 애기도 들어보고
그냥 나오기 미안하기도 해서 몇 팩을 골라샀다.
현실앞에서 한여자로 세 아이들의 엄마로 작은 그녀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그 사람이 떠나고나니 시시콜콜 제 마음을 애기할 사람이
없대요. 그게 너무 힘들어요. 있을땐 몰랐죠."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는 잃고나서야 소중함을 느낀다.
"ㅇㅇ이 엄마 애들을 생각해서라도 힘내자구요.화이팅!"
반찬 가게에서 산 반찬을 오늘 동행시켜준 고마움의 표시
라며 건네자 흔쾌히 받아드는 그녀가 고마웠다.
그녀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