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미 2008. 4. 23. 10:28

지난 일요일에 시동생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가족 모임이 있었다.

수습기자인 조카가 기사 송고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참석했다.

예전 같으면 집안에서 음식 장만하여 잔치를

벌였겠지만 요즘은 가까운 음식점을 이용한다.

덕분에 아녀자들도 손에 몰 안 묻히고 편안히

앉아 음식을 먹고 함께 대화를 나눈다.

꼬장하시기만 하시던 시모님도 언제부터인가

이젠 더 이상은 토를 달지 않으신다.

맛있는것을 서로 양보하며 나누고 축배를 한다.

작은 아들의 그동안 마음고생을 모르시는 노모는

승진한줄로만 아시고 장한 아들이 대견키도 하고

그만큼 커질 책임감을 걱정 하신다.

부모의 걱정은 자식을 넘어 손자 손녀까지 이어진다.

고3인 손자걱정 서른이다된 손녀의 끝없는 학구열도

걱정을넘어 못마땅 하시다.

"여자가 그만큼 배�으면 됐지 모든것은 때가 있는

법인디 직장다녀 돈도 벌어 부모한티 효도허고 겔혼도

해야헐것 아녀. 공부만 허먼 다여."

"할머니 저는요 공부하는것이 좋아요. 죽을때까지 공부

만 할 수있는게 소원이예요. 전요 공부로 끝장을 볼거예요."

"와! 대단혀요. 우리집에서 어머니를 이기는 사람은 딱

두 사람이예요.  어머니를 꼭 닮은 손녀 둘. 똑 소리나요.'

동서가 혀를 내두른다.

외모와 식성 당찬 말투와 성격까지 할머니를 닮았다.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때 동네 사람들은 농반 진반으로

말하곤 햇었다.

"영이 엄마는 시어머니 엄청 미워 했나봐. 딸이 할머니

꼭 닮았어. 얼굴에 입 뒷모습이 똑같어.호호호."

그래서인지 할머니와 손녀는 자주 다툰다.

지나친 사랑이 간섭이라고 싫고 구여움이 지나쳐 되바라지고

버릇이 없다고 다툰다.

음식점에서 한바탕 즐거운 논쟁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오는

엘리베이터에 우르르  우리가족이 몰려탄다.

"와 우리가족이 이렇게많네."

먼저 타고계시던 아저씨가 구석으로 자리를 넓혀 주시며

한마디 하신다.

"아름다운 분들이시네요. 참 보기 좋습니다. 우리도 가끔 이렇게

가족이 모이는데 이렇게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습니다.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가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서 참 좋습니다."

불콰해진 아저씨 얼굴이 복사꽃처럼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