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나를 비추어

두레미 2008. 4. 15. 18:22

자기주장 강하고 깔깔한 딸년.

오전 시간을 미루고 오후로 강의시간을 짜놓고

오전내 뒹글거리며 속을 뒤집는다.

코딱지 만한 방구석에 쳐박혀 온갖 잡동사니를

늘어놓은채 동거동락이다.

정리정돈을 말하지말란다.

오늘 야작을 한다며 간편복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약간 어질러져야 편하다는 방구석을 오늘 털어내야지.

어지럽게 널려있는 딸의 방을 치우며 내 자신을 비추어 본다.

일교차가 많은 봄날의 아침은 온통 안개로 자욱하다.

새벽밥을 지으러나가시는 어머니의 품새로 새벽 찬공기가

싸하게 들어오면 새벽선잠에 바삐움직이는 어머니의 동선을

느낀다. 득득 고무레로 아궁이 재 긁어내는소리 가마솥에

물길어다 쏴아 붙는소리를 들으면서도 아궁이 서너개에 불을

지피며 바쁘실 어머니를 도와드릴 생각을 못햇다.

밥을 뜸 들일때쯤 일어나 세수하고 준비해라 깨우시는 소리에

고치속에서 번데기로 변하는 누에처럼 몸을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일어나면 고무신을 끌고 앞뒤곁으로 돌아다니며 원추리

순은 얼마나 나왔나 딸기 꽃봉오리는 올라오나 덩굴 장미 수냉이는

얼마나컸나 남새밭에 심은 강낭콩은 땅을 뚫고 올라오나 밭가에찔레

수냉이는 꺾어먹을만큼 올라왔나 골담초꽃은 많이 필까 황매화 꽃

봉오리는 언제 터질까 매화 수냉이 꺽어 파리동동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면 어머니의 성화는 한바탕 고함으로 끝이난다.

그제야 바빠진 나는 고무신을 신은채 집을 나서거나 교복 카라를

달지않은채 집을 나서기 일쑤였고 첫 배를 놓치고 두번째 배로 강을

건너면 뛰다시피 빠른걸음으로 첫배 친구들을 따라잡아야 했다.

거의 경보수준인 우리들의 걸음걸이는 강건너사는 남학생들이

혀를 내두를만큼 빠르고 절도있었다.

그러던 내가 딸을 키우며 아침마다 전쟁을 치루듯 딸을 내보내는 내

자신에서 내 어머니를 본다. 

저런 저런 나무 늘보같은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