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쑥 뜯기

두레미 2008. 4. 13. 12:39

어제 천안행 전철을 타고 가다가 들판 좋은곳에 내려 

쑥을 뜯어왔다.

작년에 해보니  올해 또 쑥을 뜯어 쑥국을 끓여 먹었다.

아직 농사철이 아니어서 한가하고 논 바닥엔 물이 없어

쑥뜯기에 좋다.

논두렁에 지천인 쑥을 뜯으며 가끔씩 보이는 씀바귀를

캐다가 삶은나물로 무쳐먹으니 덤이라서 더 맛있다.

나물캐러 가는길에 보이는 산과 들판은 연두빛으로 물들고

울긋불긋 산꽃들이 피었다.

조경되어진 마을의 꽃과는 다른 느낌으로 편안하고 부드럽다.

날씨가 흐리니 마치 덜 갈린 먹물로 그린 풍경화 같은 느낌이다.

뜯어온 쑥을 다듬고 씻어 물기를 빼니 한바구니 가득하다.

보실보실한 쑥을 한 웅큼씩 비닐팩에에 담아 두었다가 가끔씩

봄이 그리울때마다 꺼내어 향긋한 봄내음을 맏아야지.

쑥을 봉지에 담으며 쑥국을 좋아하는 아들이 군에가면 이 쑥국을

우리만 먹게 되겠구나 잘 보관해 두면 휴가나올때 같이 먹을 수 있을까.

마음이 아릿해진다.

쑥국을 먹으며 아이 아빠가 이심전심 통했는지 그애기를 한다.

"이쑥 잘 두었다가 완이 휴가나오면 쑥국 끓여주면 되겠다." 한다.

"나두 아까 쑥을 담으며 그생각을 했네요. 완이 저녘 밥상이 온통 풀

뿐이라고 했지. 이 풀들은 보약보다 좋은 풀들여 많이 먹어."

유난한 편식으로 엄마에게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아들은 다른 어떤 국

보다 쑥국은 맛있다며 잘 먹는다.

올해도 이렇게 봄 향기를 먹었으니 곧 여름이 시작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