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담근 날
어제저녘 1.8L 생수여덟병에 소금 수북히
소두 여섯 되를 물에 녹여 가라 않히고
오늘 아침 씻어 말린 독에 소금물을
체에 받혀 부은 다음 메주를 띄운다.
발갛게 달궈진 숯을 찌르르 담그고
잘마른 고추와 오동통 살이 많은 대추
지푸라기 세 마디와 통깨 조금을 뿌리고
뚜껑을 닫아 두었다가 햇볕 좋은날마다
좋은 햇볕과 바람을 쐬며 기온에따라
두달에서 40여일이면 맛난 장이 우러난다.
우리같은 아파트에서는 열린 장독대보다
기온이 높기 때문에 40여일이면 우러난다.
장을 담그고 그릇을 씻으며 내다보이는
주택의 옥상에서도 노부부가 장을 담그신다.
허리가 많이굽으신 할머니께서는 소금을
대바구니에 퍼담으시고 할아버지께서는
들통에 물을 받아다 부어주면서 전통방식
그대로 대바구니에 소금을 녹이신다.
지금이야 염도계가있고 계란을 띄우고
계량컵들이 있지만 예전에는 대바구니에
발 굵은 천일염을 담고 물을 부어 녹아내리는
물의 염도가 딱 맞았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는 지금도 그 방식대로 대바구니에
소금물을 내리시고 그 소금물에 메주를 띄우신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않은채 광안으로 가시더니
무엇인지 한 주먹 쥐고나와 휘이익 뿌리고
다시들어가시더니 또 한줌 들고나와 휘리릭 뿌리시고
또 다시 이번엔 붉은고추도 획 얹으시고는 뚜껑을
정성스레 닫으신다.
앞집 할머니께서도 장을 다 앉히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소금탔던 그릇들과 물통들을
수돗가에서 씻으시고 할머니께서도 흩어진 바가지며
장갑 소쿠리를 거두신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맛있는
장이 우러나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장을 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