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초저녘
두레미
2007. 12. 7. 19:40
해가 지고나면 아스라한 여명을 밀어내고
어둠이 자리하기도 전에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어둠은 불빛에 밀려 구석으로구석으로
밀려난다.
가로수며 정원수에는 꼬마전구의 불꽃이 핀다.
키작은 울타리 담장에도 쇼윈도에도
반짝반짝 꼬마전구꽃이 핀다.
구석구석 어둠을 몰아낸 거리는 대낮처럼 밝다.
비싼 기름값을 걱정하지만 거리에는 자동차가
넘쳐나고 네온싸인은 별빛을 물리쳤다.
낮과밤의 경계가 흐리고 거리는 휘황하다.
노을뒤로 아스라한 초저녘의 쓸쓸하고 적막한
여운은 초저녘 땅거미와 불빛사이에서 멈추어선다.
낮과밤의 경계에서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서
섬뜩한 외로움을 느낀다.
검게 피어나는 안개처럼 스멀스멀 밀려오던
땅거미가 환한 불빛에 밀려 구석으로 구석으로
쫒겨나고 후미진 골목을 맴돌며 스멀스멀 호시탐탐
밝은빛의 경게를 넘나든다.
밀고 밀리는 빛의 경계에 선 초저녘 땅거미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죽음의 문턱같다.
길고 가쁜 너무나 적막하고 쓸쓸한 긴 여운같은
초저녘은 쓸쓸함이다. 적막함이다.
12월의 초저녘은 더욱 더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