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일흔이 마흔에게

두레미 2007. 5. 23. 14:25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글을  공감이가서 적어본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93세의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넌  늙은이를 몰라도 참 모른다."

  50대에는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제가 어느새 칠십 고개를 넘기니 이해가 갑니다.

50대와 60대의 늙음과 80대와 90대의 늙음은

각각 다릅니다. 요즘 50대와 60대는 중년이고

 80대와 90대야말로 노년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흔인 나는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버리고 살기와'와 홀로 살기'를 조언합니다.

  우선 효에 집착하면 안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부모 모시기에

 지쳐있습니다. 나역시 93세에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진력이 났었으니까요.

  효를 받을 생각만 하면 안 됩니다.

 뭘 바라는 사람에게는 주기 싫은 법입니다. 

 그저 효도라는 보물을 아끼고 아껴서

보자기에 싸서 장롱 깊이 보관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그리고 내 몸과 정신이 온전할 때 홀로

살아낼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

  나는 노년이 되면 '회심(回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맘을 돌려먹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젊을 때 좇던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다시 말해 좀 차원높은 데를

생각하자 이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자식들에게서도 벗어나 초연해지는

경지를  맛볼 수 있습니다.

 좋은 노년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인생을 계절로 비유 한다면

노년은 포기의 계절입니다.

삶이란 매 순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잘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갑니다.

굳이 비싼 커피숍 가지 않아도

지판기 커피 먹으며 공원에 가도 됩니다.

  돈만 많다고 노후가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떠난 부자에게는 남는 것은

돈을 노리는 사람뿐이요, 소외와 고독뿐입니다.

  늙으면 이곳 저곳이 아픈게 당연합니다. 

오래 살면 다 그렇습니다.

불편하고 아프지만 이럭 저럭 

살아갈 수 있으면 됩니다.

너무 두려워 마세요.

  운동도 너무 극성을 부리면 안 됩니다.

스포스센터 가서도 늙은이가

너무 오래 힘들게 운동하면

'오래 살려고 기를 쓰는구나' 하며

사람들이 흉봅니다.

   부부간에 '오순도순'이 안되면

측은 지심으로라도 사세요.

노부부가 이정도(측은 지심)로만 살아줘도

자식들에게 말썽을 주는 부모는 안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은 노인들이

짐이 되어 버린 시대입니다.

그러니 노인들이 말썽안부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소리 없이 살아 내는 게 

자식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게 아름다운 노년입니다.

  노년은 가 보지 않은 길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없는 그 길을

혼자서 내려 가야한다니  겁이 납니다.

그러나 (삶의) 정상에 있을 때에도

나 홀로 있을 때가 많지 않았나요?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혼자서 안가본 그 길도 잘 내려갑니다.

  노년의 삶을 잘 지내는 성공 요체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고 규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일도 줄이고 음식도 줄여야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죽는 게 아니라 안 죽는 것입니다.

너무 오래 안 죽고 오래 살아서

동년배는 물론이고 자식 죽는것까지 보면

그야말로 무서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