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리 어머니의 마당엔
채송화 꽃 곱게 피었대요.
여름의 막바지 무더위에 밤잠을 설치며
몽유병 환자처럼 한 밤을 서성이던 밤들은
그저 불편인줄만 알았지요.
그것이
우리 어머니 마당가에 해마다 피어나는
붉은 백일홍 사연인줄 짐작도 못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스산한 바람에 끌어 당기는 홋이불 자락처럼
그렇게 나도 모르게 끌어안은 세월인 줄 몰랐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알지요.
숨이 막힐것 같이 뜨겁고 무덥던 여름이
가장 치열했던 생의 한가운데 였음을
절정의 순간이었음을
그 무겁고 힘겨웠던 날들이
어느 날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질 때
느끼지요.
산다는것은 들숨과 날 숨 같다는 것을.
오늘 새벽 일어나 창 밖으로 보이는 새벽 하늘이
하도 선선해서 밥 하는것을 미루고
찍고 또 찍었어요.
더위가 스러진 새벽 공기와 하늘 풍경에
모든것이 한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